일기

뉴 앤트러사이트

선샤인우주 2021. 6. 16. 00:45

When The Love Falls - YouTube


메모1. 미술관에 갈 때면 유독 혼자 관람할 때가 많다. 사람 많은 걸 안 좋아해서 그런지 입장해서부터 혼자 보고 나갈 때쯤이나 나가면 사람들이 들어오곤 한다. 평일, 주말 할 거 없이 그런 일을 빈번하게 느끼고 나니 나는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부여받은 사람 같다. 선물이겠지?

메모2. 앤트러사이트는 더 이상 내가 알던 곳이 아니다. 공간도 사람들도 다 변했다. 그래도 너무 너무 좋은 곳


바깥에서 자리 잡았을 때


안에 들어갔을 때


평일 낮시간임에도 자리가 없었다
자리가 나도 손님이 알아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구조라
직원들이 안내해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조금 기다리다 보니 자리가 나기는 했다
그런데 나는 혼자이고,
나보다 늦게 온 다른 사람들은 여러 명이라 앉지 않았다
나 한 명 앉는 것보다 여러 명 앉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사진만 찍고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비 오는 날도 좋아하고 바깥 자리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직원 분이 감사하게도 자리가 났다고 말씀해주셔서
좋은 자리에 앉았다
역시 비 오는 날은 따뜻한 카페라떼가 딱이다
다음일정으로 도립미술관 사전 예약을 해뒀었는데
온 건물이 대신 맞고 있기에 울리는 빗소리와
창문으로 보이는 비바람이 예술 그 자체라
더 이상의 전시회는 필요하지 않았다
불편한 의자에도 불구하고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들었다
가장 앞자리이자 구석자리에 앉으니
아무리 핫플이라 하여도 난 나만의 세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는 다 찍히지 않는다
또 여기에 언제 올 수 있을까 싶어서 뭉클했지만
비가 오는 것도, 이번 여행의 마지막으로
앤트러사이트에 온 것도 모두 완벽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다
귀하고 행복하며 보람된 시간이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