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바다가 보이는 마을

선샤인우주 2021. 6. 16. 00:57

https://youtu.be/3ieYNY3yAVs

 


메모1. 늘 혼자라 생각했는데 막상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인 여행의 발걸음을 떼고 나니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었음을 알았다. 집단에는 선생님과 도반들이 있었고 그곳이 어디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났으며 집에는 늘 가족들이, 직장에는 동료들이 있었다. 홀로 활동하는 날이라 할지라도 동네 단골 카페에는 카페 사장님이 계셨다.
3박 4일씩 짐을 싸들고 나와 밖에 머문다는 건, 수련이나 집단 들어갈 때나 있는 일이었다. 혼자서 하는 진짜 여행은 나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 아침, 지하철에 앉아있는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설레고 가슴이 뛴다.

메모2. 급식이때부터 개근상을 받던 나는 전 직장도 성실히 끝냈다. 바라던 실업급여를 수령했고, 오늘은 여름방학의 첫날이다.

메모3. 지금은 퇴사한 전 직장에 입사했을 때 생각해뒀던 일정이다. 학교가 방학을 하고 꼬박 2년 6개월 만에 시간을 낼 수 있었다.

 


도착


산지물 신제주점 모듬물회
검색 후에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갔지만 비주얼에 속았다
물회를 좋아해서 여기저기서 많이 먹어봤는데 동네 삼겹살집 물회만도 못하다
아까운 내 이 만원ㅠ


유민미술관 민트카페 아이스라떼
전 날 만들어둔 코코넛쿠키도 비행기에 태워, 같이 다녔다
커피 맛보다도 풀향기와 바다내음이 참 좋았다


제주성산골든튤립호텔
3개월 전쯤 미리 예약해둬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깨끗하고 친절하고 편안했다


제주 3대 치킨이라는 문화통닭
호텔 근처에 있어서 테이크 아웃했다
그간 치킨은 지역별, 종류별로 다양하게 먹어봤는데
프랜차이즈 맛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신 혁명 후라이드였다
이건 분명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양념은 간이 세지 않아서 부담이 없었다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너무 맛있었다
마늘과 김치가 치킨이 더 들어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었다
마치 위장 여행의 가이드처럼
또 먹고 싶은 맛이다


이중섭거리 빌라드아토
흑돼지 바비큐 샌드위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중섭거리는 생각보다 카페가 없어서
위까지 올라갔다가 입구에 있는 빌라드아토에 다시 갔다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저 빵이 맛있었다
서브웨이의 호텔 버전
빵이 부드럽고 약간의 단맛이 있었다
과카몰리도 맛있고 고기는 수육처럼 부드러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커피도 맛있었다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들어간 곳인데 맛있게 먹었다


서귀포 올레시장
한라봉 주스와 전복 튀김
시장에 잠깐 앉아서 가방도 내려놓고 먹거리도 구경하고 잼있었다
전복 튀김은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다 먹고 바로 뒤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집으로 황금향 택배 보냈다


제주신화월드 랜딩관
이틀간 묵었다
월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워터파크, 테마파크, 전시회, 푸드코트나 식당도 다양하다
길을 잘 찾아다니는 나도 몇 번 헤맸다
카지노는 외국인 전용이라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가 99퍼센트였는데
키즈카페까지 있어서 어린이들에게 환상의 나라로 보일 것 같다
일정이 꼬이면 다시 돌아와도 할 일과 볼거리가 많아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모슬포항 미영이네 고등어회
한 입 먹자마자, 아 내가 참 살아있길 잘했구나 싶었다
거울 속 내가 엄청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탕은 전자레인지에 한 번 데우라고 하셨는데
전자레인지 사용은 프런트에 부탁해야만 가능하다고 해서 포기했다
방에서 프런트까지 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믿을 수 없는 맛이 났다
두 번째 드는 생각은 가족들도 이 음식들을 먹이고 싶었다
그 짧은 시간에 택배도 되는 건지 여러 생각을 했다
회도 신선하고 너무 맛있지만
저 탕이 마치 장인이 30년 된 근엄함과 전통을 가지고 있는 듯,
예술이었다


카드만 들고 나왔다가 방 번호가 생각 안 나서 엄청 당황했다
마지막 날까지 방 번호를 찾기 위해 인증샷으로 찍어둔 것


다음 날 아침 조식
한 시간 전에 미리 나왔다
조식도 천천히 먹고 여유 있게 수풍석 뮤지엄으로 가려고 했는데
조식 웨이팅 줄이 길었다
간신히 출발 20분 전에 들어가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일단 먹고 봤다
더 먹을 수 없어서 원통하였지만 일단 출발했다
덕분에 10시까지 만나기로 한 장소에 9시 40분에 도착했다


본태박물관 카페본태
여기서 커피 마실 생각은 없었는데 갈증이 심해서 일단 살아야 했다


자니로켓 신화월드점 스모크하우스와 환타 오렌지
출발하기 전 날부터 햄버거가 먹고 싶었다
아무래도 내가 먹고 싶었던 건 상하이나 싸이버거쯤의 맛이었나 보다
이 돈 주고 먹을 거면 맛있는 쉑쉑버거를 먹는 게 낫겠다


제주도에서 텀블러 사려고 몇 개월간 벼르고 있었다
서울에선 우리 동네와 그 옆동네
삼청동, 북촌 외 여기저기 다 돌아다녀봐도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역시나 그저께 들어왔다는 신상 발견
그간 봐왔던 스타벅스 텀블러 중에 가장 예쁘다
내가 선물 받은 기프트콘과 호진이가 선물 받았다는 기프트콘을 합쳐서
호진이 텀블러 샀다
텀블러는 원래 내가 쓰고 싶었는데
호진이가 일 나갈 때 찬물 찾아서 선물로 주려고 한다


저녁으로 리치망고


망고쉐이크 먹는 호진이


테마파크에서 산 가족들 선물


가족들 선물 결산
스카프 3개
인형 1개
양말 2개
황금향은 택배로 보냈고
차량용 디퓨저 2개
내꺼는 빛의 벙커에서 우산
이중섭 거리에서 청가방
수풍석 뮤지엄 엽서
김영갑 갤러리 엽서 샀다


다음 날 조식
연어회와 카프레제에 집중했지만 다 먹지 못했다


협재 독개물항 전복 갈비탕
김창열 미술관에서 바로 앤트라사이트로 가려고 했는데 배가 고팠다
급하게 라면가게를 검색하고 갔지만 라면 먹기 싫었다ㅠ
도착해서 못 찾고 있는데 바로 앞에
독개물항이라고 갈치조림으로 티브이에도 나오고 유명한 맛집이 있었다
난 그냥 내가 먹고 싶은 전복 갈비탕 먹었는데
비가 무척 많이 오고
바다 앞이라 그런지
진짜 맛있었다
밑반찬도 짱


버스타고 지나가며 신기한 세로 구름 찰칵찰칵


제주공항 제주애월카츠 모둠카츠
여행 중에 흑돼지 돈가스를 한 번은 먹고 싶었는데
공항 푸드코트에서 만났다
두툼하고 바삭바삭 맛있었다
그리고 돈가스에 소금 주는 건 처음 봤다
후라이드 치킨 찍어먹는 원리와 같다
소스에 찍어먹는 것보다 소금 찍어먹는 게 더 맛있었다


4일째 저녁 집으로


제주도 오기 전부터 선물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친구랑 전 직장동료 2명, 베이킹 선생님 선물 구매


제주도 가는 날에는 밤을 새우고 출발했기 때문에 이륙하는 순간 잠들었다
그리고 중간만 아니면 자리는 상관없어서 복도 끝자리에 앉았다
서울로 돌아가는 날은 야경을 보기 위해 창가에 앉아 한 시간 내내 찍었다
어떤 사진전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지구가 생긴 이래 같은 날씨는 단 하루도 없었다, 하였다
아주 멋지고 신비로웠다


이번 여행 내내 한 번도 홀로인 적이 없었다

애착 인형 최곰돌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필름 카메라로 몇 장 찍어줬는데 필름 카메라 자체를 자꾸 잊어서 아직 필름이 많이 남았다
무엇보다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 만난 모든 사람들이 친절했다
바쁜 서울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가장 좋았던 건
1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과 앤트러사이트
2위 빛의 벙커
3위 수풍석 뮤지엄이다
가장 의외였던 건 본태박물관이 볼 게 많았고
기대했던 만큼 꽤 괜찮았던 건 왈종미술관,
가장 그저 그랬던 건 기당미술관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테마파크와 산방산에 가서 즐거웠고 멋진 자연을 많이 봐서 좋았다

제일 맛있었던 건
1위 미영이네 고등어회
2위 문화통닭
3위 전복 갈비탕이다
커피는 빌라드아토가 가장 나았다

제일 잘 산 건
1위 이중섭 거리에서 청가방
2위 김영갑 갤러리 엽서
3위 빛의 벙커 우산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일은
1위 신화월드에 있었던 것
2위 가고 싶은 장소에 맞춰 동선을 짠 것
3위 퇴직금으로 여행간 것이다
신화월드에 이틀이나 있었던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너무 그립고 또 가고싶다
비행기표를 잘 봐뒀다가 시간이 되면 당일이라도 앤트러사이트에 다녀와야겠다
잊지못할 최고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