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피크닉, 사울레이터

선샤인우주 2022. 1. 13. 18:17

https://youtu.be/IUYe027crO8

Mystery of love
영화 call me by your name 봤을 때
이 음악이 외로움과 헤어짐의 아픔을 극대화시켜서
잘 안듣는 음악인데
어쩐지 사울레이터의 사진과 잘 어울린다
다시 들어보니 예전만큼 외롭거나 괴롭지 않다
외로움에 대응하는 힘이 커진 것 같다,,


피크닉에서 처음 전시했던
‘명상’을 놓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다음에 했던 ‘정원 만들기’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고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가 시작한 뒤에야
피크닉에 가봤다
사진전은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 다니지만
이번 전시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벅참으로 눈물이 날 것 같은 감동과 구도가 정말 좋았다
사람이 많아서 타인을 배려하거나
기다려주는 시간이 많았지만
비교적 다른 전시보다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입장 전에 소수의 인원으로 안내사항이
잘 전달되고 있어서 그렇다


이런 느낌이 벅참과 설렘을 준다
비가 온 뒤에 습도가 높고 비냄새가 나는 것,
자연스러운 빛은 사라지고 인위적인 불빛이 일렁이는 것,
묘하게 외로운 느낌과 기쁨을 같이 느끼는 것.
비가 오면 세상이 더 커진다
길거리에 자리 잡은 빗물들이 서울의 화려한 불빛을
같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취향저격


이런 느낌이 그리웠다


잘 안보이지만 양 옆으로
두 사람의 상체가 흐릿하게 보인다
키스라는 작품


웨딩
너무 멋지다


너무 멋진 구도


귀여운 어린이들ㅎㅎ


자화상


사울레이터의 여동생


의도는 아니지만
나도 작품과 같이


눈 오는 뉴욕이 궁금했던 나는
오늘이 다른 날보다 춥길 바랬다
한 걸음 더 내딛고자 들어올린 한쪽 다리가
반대편 다리를 칠 만큼 바람이 많이 분다
추울 수록 겨울과 함께임을 느끼면서
사울레이터 사진을 보는 게 만족스러웠다


우산을 쓴 게 나인 것 같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류시화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연이은 눈과, 비와, 우산과, 흐림이
정말 정말 좋았다
특별한 전시를 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의 해석으로 다시 보는 게 좋다
뉴욕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느낌이 어우려져서
반가움을 들게 한다


포즈를 보면 화가 난 것 같기도 한데
보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예쁘게 바라봐줄 수도 있다
화는 내 해석이지만
화라는 감정도 예쁠 수 있다~


신비로운 일들은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진다
늘 지구 반대편으로 떠날 필요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애드 아스트라를 종종 떠올린다
아버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난 이 사진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사울레이터가 사랑하는 사람이니 애정을 담아 찍었겠지만,
그보다 아무것도 없이 홀로 빛나는 솜스가 너무 매력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역시 예술가에겐 뮤즈가 숙명이고 생명인가
유명하지 않았을 때부터
늘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준 한 사람.
삶을 함께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부럽다
사울은 성공하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끼고,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이 있는 삶이
더 행복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떤 것을 찾기 위해 멀리 가지 않고
충분한 기쁨을 발견할 수 있게해준
사울레이터의 가치관도 많이 와닿았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서 춥지 않다
오늘도 기쁨의 발견, 발견의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