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학고재

선샤인우주 2022. 5. 29. 23:30

https://youtu.be/4_Hj_ar-PGk

오늘은 낙원과 나무를 생각하면서

준호, 어떤 말이 필요하니

 


처음으로 학고재갤러리에서 하는 전시에 관심이 생겼다
햇볕이 뜨거웠지만 늘 같이 다니는 검은색 우산이 있어서
안전하고 시원했다
급하지가 않으니 유유자적 느린 걸음도 좋았고
어쩐지 마스크를 끼고 있어도
답답하지가 않아, 숨 쉬는 게 편안했다
마음이 여유롭고 느긋한 날이다


포 킴, 지상의 낙원


참 좋았다


낙원, 낙원…
오랜만에 들으니까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중에
좋아하는 대사가 생각난다


12년 전 지옥 같은 밤을 겪은 후
나의 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나무는
아마 기다렸을 것이다.
자신을 다시 자라게 해줄
햇빛을, 비를,
그리고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그 따뜻한 손길에 닿은 순간
멈춰 있던 나의 나무는
다시 무섭게 자라올라
어느새 잎새 하나하나
닿는 곳마다
온통 낙원이 되었다.

 

나에겐 어떤 낙원이 있을까

 


이 그림에 반해서 먼 길을 다녀왔다


갤러리 참 이쁘다
바닥 자재도, 조명도 아주 좋다
한옥 외관이니 현대식을 더했을 것이다
사무실로 쓰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다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