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나오시마 예술여행

선샤인우주 2021. 1. 6. 10:04

 

 

 

삶이 낭떠러지로 기울었을 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다녀왔던 여행이다

여행경비부터 시작해, 아낌없는 심리적 지원과 한약 지어먹기, 변호사님의 도움까지 있었지만

아픈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데 몇 개월이 걸렸다

그런 와중에 미리 신청해뒀던 여행을 취소할 수가 없어서 다녀왔었다

사진엔 없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다

 

23일간 예술과 미술이 주는 힘으로 정말 많이 치유되었다

오히려 여행에 다녀온 뒤 다시 건강해지기 시작했다

밤마다 온천과 미술관 같은 목욕탕, 사람들에게 느끼는 안정감, 맛있는 음식, 바닷가...

 

쓰레기를 모아 작품으로 만든 나오시마의 예술가들처럼

나도 상처를 모아 스스로 예술작품이 되기로 결심했다

타국의 문화와, 나의 그림자와, 뒤뚱뒤뚱 회복해가는 어린 내가 있었던 곳

 

불이 있었다 

                                    안희연

그는 날이 제법 차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조금 외롭다고도

오늘은 불을 피워야지
그는 마른 장작을 모아다 불을 피웠다 

불아 피어나라 불아
노래를 흥얼거리며
 
누구도 해치지 않는 불을
꿈꾸었다

삼키는 불이 아니라 쬘 수 있는 불
태우는 불이 아니라 쬘 수 있는 불

이런 곳에 집이 있었군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호주머니 속 언 손을 꺼내면
비로소 시작되는 이야기
손금이 뒤섞이는 줄도 모르고

해와 달이 애틋하게 서로를 배웅하고
울타리 너머 잡풀이 자라고
떠돌이 개가 제 영혼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내가
내 안에서 죽은 나를 도닥이다 잠드는

불은 꺼진 지 오래이건만
끝나지 않는 것들이 있어
불은 조금도 꺼지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