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올 때 오이도행보다 사당행이 더 좋다.
딱 우리 동네까지만 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 이름이 익숙한 오이도를,
우리 동네로부터 한 번에 갈 수 있는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안 건, 9년만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20분을,
친절한 분의 안내로 길을 건너 다시 기다림을.
그렇게 서울대학교와 금천IC를 지나 배곧, 오이도 차고지까지 도착했는데
또 이 길을 지나야만 도착할 수 있었다.
땡볕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온 몸으로 맞이해야 했다.
입추가 지났어도 아직 바깥은 여름임을 실감하면서
처음 걷는 길을 걸었다.
저 갯벌 넘어 여기도 바다라고,
바다 내음 실린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뜨거운 창가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게 뜨겁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뜨겁게 쏟아지는 건 저 태양이 아니라 내 삶이었다.
버스 간격시간이 참 길었다.
20분을 기다렸는데 버스 기사님은 정류장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쳐갔다.
나는 결국 왔던 길을 돌아갔다.
저 3500번 버스가 출발하길 기다렸다.
집에서 밥이랑 빵까지 먹고 출발했더니 오이도에 와서 먹은 거라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물 한 병뿐이었다.
차비 2800원을 2번을 계산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잘 다녀왔다.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올 수 있어서 좀 나았다.
왜냐면 나는 이 전날부터 많이 아팠다.
그리고 이 날 저녁에는 잠을 자도 악몽을 꿨고 금방 잠에서 깨어났다.
다음 날 오전 9시 압구정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내가 만든 쌀 슈톨렌도 챙겨가서 나눠먹었다.
저 쌀 슈톨렌에 들어간 숙성 후르츠는 올해 2월에 만들어둔 것이다.
오늘도 압구정 청담미역에서 점심을 먹었다.
2번밖에 안 본 선생님께 강제로 스승, 제자 체결을 맺었다.
취소 없음! 무르기 없음!을 외치고 몇 시간동안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시들시들해져있던 나는 다시 살아나서 어제, 오늘 밥도 많이 먹었다.
이걸 또 어떻게 빼지?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게 제 삶이니까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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