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gorio Allegri: Miserere
오늘 아침, 캐나다에 있는 친구와 1시간 30분동안 통화를 했다. 오랜만에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에 반갑고 기뻤다.
12시간만에 카페인 충전을 하고 만원버스를 탔다. 몇 안되는 행운을 잡고, 바람을 맞고, 음악을 듣고, 내렸다.
바로 예술의 전당에서.
마크로스코의 작품을 만난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와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를 보던 날
마지막 작품으로 마주했었다. 당시 추상화는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지쳐있던 때라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곧 마르로스코의 작품전이 열린다 했지만 보고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러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추천으로 다시 마크로스코를 찾게 되었다.
들어가던 순간부터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파서 진정하기가 힘들었다. 분명 내게 할말이 있었다.
삶이 너무 무거워서 눈물이 났고, 늘 곁에 있어도 그리운 그대를 만나 따뜻했고,
슬퍼하는 엄마를 만났고, 걸어가는 추상화를 보았고, 사람들의 훌쩍이는 소리를 들었다.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본듯하다. 명상, 익숙한 단어이지만 오늘 해본 명상은 달랐다.
시공간이 사라지며 오로지 그대와 나만 남는 곳.
"나는 단지 기본적인 인간 감정들 그러니까 비극, 황홀, 숙명등을 표현하는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대할때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다는
사실은 내가 인간의 기본감정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느낀 것과 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만들어준 사색의 공간은 마곡사에서의 위압감과 비슷했다. 내 발목이 다치지 않았다면,
무릎 꿇는 이의 옆자리는 내 자리였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아무도 없었다면 대성통곡하듯이 울었을 것 같다.
너무 무거웠다. 요즘 읽는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보면 세월호가 심장에 박혀 피부도 심장도 다 찢기는 그림이 있다.
세월호는 바다가 아니라 국민들 심장에 얹혀있는 것 같다. 너무 불편하고 아프다.
흘러온 내 삶도 다 너무 무거워서 자꾸 눈물이 났다.
어떠한 무제 앞에서는 흘러나오는 에너지때문에 꼼짝 할 수 없었고,
또 다른 무제 앞에서는 치유 받는 느낌이였다. 각자 다른 삶의 향기를 내는데 2시간 안에 어찌 다 만날 수 있었을까.
내가 너무나 경솔했다. 그래서 다시 찾아가려한다. 끌어당기면 당기는대로, 밀치면 밀치는대로.
바람같은 삶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선택권은 나의 것이 아닌가.
다하지 못한 마음이 남아서 자꾸 울컥하게 만든다. 아무 생각없이 이대로 잠들고 싶다.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마크로스코의 영감을 받은 스티븐잡스, 스티븐잡스가 만든 아이폰,
아이폰으로 마크로스코의 글들을 기록하는 나.
작품과 더불어 오디오 설명도 역대 최고였다. 배우 유지태가 진짜 마크로스코가 된 듯 해설해주어서
더 몰입했었다. 신화, 신학, 철학, 심리, 역사, 문학.. 마크로스코전을 본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이런 삶이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다시 보는 날까지 안녕!
2015년 4월 22일에 쓴 글
26살의 수진이는 많이 많이 힘들었구나~
에이궁 우리 애기 맘이 아프네
불이 붙었는데도 한기가 도는 공기를 조금만 버텨줘
미덥지않은 숨이겠으나 계속 잘 쉬어주길 바랄게
그럼 30대는 행복해 약속할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나타난 건 아니고,
내가 나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었거든
괴로움이 힘이 된 이상한 나날을 보내고 있거든
- 몸과 맘이 여유로운 32살 선우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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