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필드가 4번째 퇴학을 당하고 2박 3일간 방황하는 이야기이다.
사람을 무시하다 못해 경멸하면서, 사람이 없으면 너무도 외로워서 무례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운 청소년 특유의 날 것이 들어있다.
형제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콜필드가 먼저 간 동생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홀든 콜필드가 내 안에도 살아있다.
주말에 우연히 티브이를 틀었는데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가 시작됐다.
호밀밭의 파수꾼 판권이 나지 않아 샐린저의 연대기를 그린 영화였다.
사실 홀든 콜필드와 샐린저의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했다.
영화 대사는 책의 구절과도 맞물렸기 때문에 살아서 움직이는 생생함이 좋았다.
그래서 할리우드가 나왔구나, 여자 친구와의 전화통화, 형제들의 죽음.
어쩌면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다던 모든 게 이해됐다. 끄덕끄덕.
영화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은 출판사 담당자들은 너무 재미있지만, 홀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 역시 무척 공감되던 부분이었다.
그 말을 들은 샐린저는 상처받은 눈빛으로 자리를 떠났다.
샐린저는 전쟁에 참여하게 되며 그 후유증으로 남은여생을 보낸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떨어지는 아이들을 붙잡아주고 싶다던 마음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콜필드가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으로만 생각했던 게 부끄러워서 반성중이다.
계속해서 고전문학을 읽지만 사실 그 의미를 다 파악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나만의 방식과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
그렇게 넘겨지던 책이었는데 영화로 더 큰 것을 보게 되어서 감사하다.
이번에 박사과정 면접 중에 지원동기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상담심리학을 공부 할 때는 개인의 심리만 봤는데, 점차 개인이 그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명에 봉사하나보다.
내 생각밖에 있는 넓이와 깊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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