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vis Drew x AVIVIAN - Not Enough
미술관과 전시회장이 폐쇄되기 전 다녀온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언제나 좋아하는 그림들이었기 때문에 디지털 전시임에도 발걸음을 뗐다
소우주인 인간, 자신을 어딘가로 옮겨놓는 행위는 온 우주를 들어 올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디지털 전시를 좋아하지 않던 내게는 하나의 도전이기도 했다
기다리는 것만 한 시간을 채우는 동안, 벽면으로 소개되는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전시 작품 중에는 없었지만 가장 충격 받았던 작품은 ‘강간’이었다
여성의 얼굴형에 나체의 가슴과 허리, 성기만 있던 그림이다
그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매번 선생님께서 보여주셨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와, ‘투시’가 있어서 너무 좋았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개인적 가치’와 ‘설명’이었다
르네 마그리트나 마크로스코 전시는 주기적으로 다니고 싶다
그릇
안도현
1
사기그릇 같은데 백 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그릇을 하나 얻었다
국을 말아 밥상에 올릴 수도 없어서
둘레에 가만 입술을 대 보았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
그릇은 나를 얻었다
2
그릇에는 자잘한 빗금들이 서로 내통하듯 뻗어 있었다
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내 허물이
나라는 그릇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행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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