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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by 선샤인우주 2021. 2. 16.

https://youtu.be/wivrPtq0Qdw

Yuichi Watanabe - Morning Dew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문학작품만 읽어서 그런지 수도원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공지영, 높고 푸른 사다리가 생각나서 좋고
오랜만에 읽는 헤르만 헤세의 글이 반가워서 좋다


내가 좋아하는 비 오는 날, 무엇보다 출근하지 않은 월요일
꽈배기 가방 첫 개시
아이패드 외출도 첫 개시
요즘 만들고 싶은 피칸파이는 우선 사먹기:)
이틀간 푹 자고 일어나서 따뜻하고 배부르게 밥 먹고
비와 책이 보고싶어서 우리동네 스타벅스 창가자리에 왔다
요즘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는지 아메리카노가 연하게 느껴진다
식단조절에 절제가 필요하다는 신호인 것 같다
샴푸를 마친 머리카락도 비에 젖은 운동화도 다 젖어있지만
커피는 참참 맛있다


신께 깊이 귀의하던 골드문트는 수도원을 나와, 여자와 성에 눈을 뜬다.
살인을 하고 예술가로서 정점을 찍지만 다시 방랑의 길로 돌아간다.
멈출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힘이 어머니께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흑사병 속에서도 사랑들은 계속되었다.
백작부인과 밀회를 즐기다 사형 위기에 처하지만 이제는 요한이 된 지도자, 나르치스를 극적으로 만난다.
그간 만나온 모든 사람들을 조각하고 제자를 두지만 그리웠던 방랑과 여행을 떠나 큰 부상을 입는다.
이제는 여자들에게도 거절당할 만큼 노쇠해진 자신을 느꼈으나 죽음을 앞두곤 알 수 없는 힘이 났다.
골드문트는 마지막으로 고백했다.
“그런데 나르치스, 자네는 나중에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작정인가?
자네한테는 어머니도 없잖아?
어머니가 없이는 사랑을 할 수 없는 법일세.
어머니가 안 계시면 죽을 수도 없어.”

헤세는 어떻게 알았을지 궁금하다.
헬링거 선생님의 말씀과 같다.
어머니가 없는 여자는 남자가 없고, 어머니가 없는 남자는 여자가 없다.
어머니 없는 사람은 돈이 없고
삶의 모든 것이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다고 하였다.

이성과 종교의 나르치스가 감성과 예술의 골드문트가 죽기 전
골드문트를 늘 그리워했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
정확한 틀에 맞춰 사는 나르치스에게는 엄청난 발전이었다.
젊은 시절 나르치스에게는 오만함이 있었다. 자신에게 영향받으며 배우고 있는 골드문트보다 우월함을 느끼곤 했다.
저물어가는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골드문트는 삶의 예술가가 되어있었다.
결국 더 나은 삶이랄 게 없었다.
삶이란 죄를 짓듯이 보여도 LIVE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결론: 우리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다 가지면 된다.

골드문트 자신은 어떻게 될까? 이십 년이 지나면 어떤 모습일까?
아, 모든 것이 불가사의했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기만 했다.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인 것이다.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이 땅을 누비고 다니기도 하고, 숲을 가로질러 말을 달리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뭔가를 요구하고 약속하고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여러 가지 것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저녁 하늘의 별, 갈대숲처럼 푸르른 바다, 어떤 사람이나 혹은 소의 눈길, 이런 것들과 마주치는 것이다.
그러면 때로는 여지껏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오래전부터 그려오던
어떤 일이 바야흐로 벌어지는 듯한 확신과 함께 모든 것의 너울이 벗겨져 내리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가는 그런 순간도 지나가 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고 만다.
여전히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고, 비밀의 마법도 풀리지 않으며,
결국은 늙어서 안젤름 신부님처럼 노회해 보이거나 다니엘 수도원장님처럼 지혜로워 보이더라도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며,
여전히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만 하는 존재인 것이다.

1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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