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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안드레아스 사진전

by 선샤인우주 2022. 4. 23.

https://youtu.be/NpN_lthA25Y

그날은 생일이었어 지나고 보니
나이를 먹는다는것 나쁜 것만은 아니야
세월의 멋은 흉내낼 수 없잖아
멋있게 늙는 건 더욱 더 어려워
비오는 그날 저녁 Cafe에 있었다
겨울 초입의 스웨터 창가에 검은 도둑고양이
감당 못하는 서늘한 밤의 고독
그렇게 세월은 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것도
즐겁다는 것도
모두다 욕심일 뿐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 가고 있네
혀끝을 감도는 whisky on the rock

 

오랜만에 전체 가사를 외웠다

안드레아스 거스키 사진전하곤 어울리지 않을지라도,

요즘 내 심리상태를 반영해주는 곡과 상황으로써는 이만한 게 없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수와 은희편의 동창회 씬,

그리고 며칠 간 쉬지 않고 김연지-위스키온더락을 들으며,

행복과 고통이 똑같은 것임을 알았다

만나게 하는 힘이 헤어지게 하듯, 전체는 그 이상으로 넘겨져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과 모든 운명이 똑같은 것이다

모든 것은 신의 시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학교든, 회사든 어디론가 가기 위해 매일을 지나가지만
다시 오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오늘도 무려 두 달만에 쉬는 날이었다
전엔 사진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사울레이터를 시작으로
사진 자체가 얼마나 예술이고 철학적인지 알게 되었다
마치 인스타그램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요즘엔
특히 사진이라는 게 더 가볍게 느껴졌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필름카메라 느낌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구도나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안드레아스 거스키 사진전을 보러 온 이유는
아주 세세한 것까지 들여다보는 내 성향에게
더 넓은 시야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늘 가까이에서 확대하거나,
비본질적일지라도 사소한 부분에 마음쓰는 나에게
숲보다도 더 멀리, 더 넓게 보라는 뜻이었다
어쩌면 내 인생, 내 감정도 저 위에서 내려다 본다면
먼지처럼 작은 것일지도 모른다


김인숙 작가님의 토요일 밤을 더 넓게 보는 느낌이다
대충이 없고 크기가 작아, 사소해보일지라도
정확하게 다 챙긴 느낌이다
넓게 보는데 다 볼 줄 아는 것이다
마치 리더의 시선같다


이 넓은 땅을 인력으로 해낸다는 것
참 위대한 일이다
나는 우리 아버지를 존경한다


사회 이슈들과 사무실


이 사진이 참 흥미로웠는데
헬리콥터로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뒤에
하나의 사진으로 다시 작업하는 것이다
각각의 작업물을 합성하는 것도 정말 아이디어가 좋고
멋지다


이 작품도 합성을 통해 의도를 만들었다


작가의 역설적인 의도가 참 좋았는데,
인간의 흔적과 생동감을 지우고
인위성을 강조했다
멋진 발상의 전환


나도,
여기있는 모든 작품까지
다 받아주는
바다
사진으론 담기지 않는다


개개인의 통일감과 익명성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모래의 여자가 생각났다


현실로 우와 소리가 나온 작품


사진을 찍어서 도록으로 내고
그 도록을 다시 찍은 사진을 작품으로 출품했다
마치 친구만나면 인생네컷을 찍고
다시 아이폰으로 찍어서 여기저기 올리는 것과 같다


각각 다른 곳을 보는 것,
양심


지금껏 살면서 여러 작품을 보던 중 느낀 건데
왜 예술품에서조차 여성은 늘 가슴과 성기를 드러내고
그에 반면 남성은 상의탈의만 하는 걸까?
아닌 작품도 있지만
여성의 몸으로는 어떤 의도를 만들고,
남성의 몸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지


아이언맨은 연애중


이게 내가 생각했던 넓히기의 대표 사진같다
공항에서 항상 내가 가고자하는 국가만 봤었는데
이렇게 전체를 볼 수 있다는 것
참 매력적이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엔 천장에 물이 있다
물결과 햇빛이 만나면 보석처럼 반짝이는 이쁜 곳이다
색감이나 감성에만 치우친 사진들은
이제 진부하지 않은가
전체를 보는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사진들은
신선하고 새로웠으며 큰 영감을 주었다
사진으로나마 전세계를 여행한 느낌이다!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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