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한 연민 없이,
마치 다른 사람의 삶에 호기심을 갖듯
그녀는 이따금 궁금해진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먹어온 알약들을 모두 합하면 몇 개일까?
앓으면서 보낸 시간을 모두 합하면 얼마가 될까?
마치 인생 자체가 그녀의 전진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그녀는 반복해서 아팠다.
그녀가 밝은 쪽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힘이
바로 자신의 몸속에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그때마다 주춤거리며 그녀가 길을 잃었던
시간을 모두 합하면 얼마가 될까?
ㅡ
모든 흰
당신의 눈으로 흰 배춧속 가장 깊고 환한 곳,
가장 귀하게 숨겨진 어린 잎사귀를 볼 것이다.
낮에 뜬 반달의 서늘함을 볼 것이다.
언젠가 빙하를 볼 것이다.
각진 굴곡마다 푸르스름한 그늘이 진 거대한 얼음을,
생명이었던 적이 없어 더 신성한 생명처럼 느껴지는
그것을 올려다볼 것이다.
자작나무숲의 침묵 속에서 당신을 볼 것이다.
겨울 해가 드는 창의 정적 속에서 볼 것이다.
비스듬히 천장에 비춰진 광선을 따라 흔들리는,
빛나는 먼지 분말들 속에서 볼 것이다.
그 흰, 모든 흰 것들 속에서 당신이 마지막으로
내쉰 숨을 들이마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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