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25 페르난도 보테로전 지금 생각해도 이때 라인업이 최고였다 키아전 전에 페르난도 보테로전을 먼저 봤었다 이후에 모딜리아니전도 보고싶었는데 기간이 만료되어 다 못봤던 아쉬움이 있다 2021. 3. 12. 산드로 키아전 착불 이 세상에 나는 착불로 왔다 누가 지불해주어야 하는데 아무도 없어서 내가 나를 지불해야 한다 삶은 매양 가벼운 순간이 없어서 당나귀 등짐을 지고 번지 없는 주소를 찾아야 했다 저녁이면 느닷없이 배달 오는 적막들 골목에 잠복한 불안 우체국 도장 날인처럼 쿵쿵 찍혀오는 살도록 선고유예 받은 날들 물건을 기다리는 간이역의 쪽잠 같은 꿈이 담벼락에 구겨 앉아 있다 꽃은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으로 이 세상에 온 대가를 지불하고 빗방울은 가문 그대 마음을 적시는 것으로 저의 몫을 다한다 생이여! 나는 얼마나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야 나를 지불할 수 있는가 얼마나 더 울어야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알 수 있을까 모든 날들은 착불로 온다 사랑도 죽음마저도 권대웅 시집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중 2021. 3. 12. 마크 로스코전 https://youtu.be/IA88AS6Wy_4 Gregorio Allegri: Miserere 오늘 아침, 캐나다에 있는 친구와 1시간 30분동안 통화를 했다. 오랜만에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에 반갑고 기뻤다. 12시간만에 카페인 충전을 하고 만원버스를 탔다. 몇 안되는 행운을 잡고, 바람을 맞고, 음악을 듣고, 내렸다. 바로 예술의 전당에서. 마크로스코의 작품을 만난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와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를 보던 날 마지막 작품으로 마주했었다. 당시 추상화는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지쳐있던 때라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곧 마르로스코의 작품전이 열린다 했지만 보고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러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추천으로 다시 마크로스코를 찾게 되었다. 들어가던 순.. 2021. 3. 12.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 예당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 더 판타지 칠석 七夕 함민복 달빛 내 리 고 장독대 정 안 수 한 사발 어 머 니 아, 저것이 미신美信이다 2021. 3. 12. 알폰스 무하전 예술의 전당 알폰스 무하전 굿즈를 가장 많이 샀던 전시회 이때는 스페인어 학원에 다닐 때라 알폰스 무하 파일을 들고다니던 기억이 난다 단 두 줄 천양희 전쟁 중에 군인인 남편을 따라 사막에서 살던 딸이 모래바람과 40도가 넘는 뜨거운 사막을 견디다 못해 아버지한테 편지를 썼다 죽을 것 같으니 이혼을 해서라도 집으로 돌아가겠다 이런 곳보다는 차라리 감옥이 낫겠다는 편지였다 딸의 편지를 받아 본 아버지의 답장은 단 두 줄이었다 "두 사나이가 감옥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은 흙탕물을 다른 한 사람은 별을 보았다" 아버지의 단 두 줄은 훗날 딸이 작가가 된 계기가 되었다 단 두 줄의 편지를 소재로 《빛나는 성벽》이란 긴 소설을 썼다 작가가 된 뒤 어느 인터뷰에서 딸이 한 말도 단 두 줄이었다 "나는 자신이.. 2021. 3. 12.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책 을 다 읽고 덮는데 갑자기 뮤지컬 를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예매와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정말 내가 한 일이 아니었다(그전까지 '안나 카레니나'가 공연 중이라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무슨 뜻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모든 것들에서 나는 그저 참여자일 뿐이었다. 다음 주까지 기다릴 수 없는 강렬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가족들의 만류와 서운함을 뒤로하고 설날, 꿋꿋이 혼자 안나를 만났다. 그간 더 비싼 값을 지불했을 때보다 훨씬 더 좋은 좌석에 앉게 되었다. 처음으로 비지정석에 앉았는데 참으로 운이 좋았다. 다른 좌석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내 앞에만 텅텅 비어있어서 참 신기했다. 모세의 기적처럼 "수진아 잘 봐." 하는 신의 뜻 같았다. 덕분에 .. 2021. 3. 12. 이전 1 ··· 52 53 54 55 56 57 58 ··· 7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