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여신과 4번이 깊게 깨어난 삶의 지침서. 2018년인 지금보다 한 세기를 앞서간 현경 선생님의 삶에서 열의와 깊은 여신의 사랑을 느꼈다. 진정한 섹시함과 강함이 무엇인지를 배운 책. 이 편지 끝에서 더 깊어진 나를 만났고, 그 모습이 꽤 마음에 들어서 기뻤다. 감사해요, 선생님.
살림이스트 선언.
1. 한국의 에코페미니스트 혹은 한국 에코페미니스트의 비전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의미. 살림이스트는 모든 것(특히 죽어가는 지구)을 살아나게 함. 살림은 한국 여성이 매일 하는 가정일을 일컬음. 예를 들면 나무하기, 물 긷기, 음식하기, 빨래하기, 베 짜기, 아이 키우기, 병간호, 노인 돌보기, 꽃•나무 가꾸기, 우물 지키기, 소•닭•개 키우기, 그리고 집의 영(靈)들을 돌보기 등. 살림은 또한 망가지는 것(냄비, 신발, 그리고 가슴 등)을 고치는 일을 일컬음. 한국 사람들이 “저 여자 살림꾼이네” 하고 말하면 그것은 그 여성이 모든 것을 살아나게 하는 기술, 예술, 전문성이 있음을 말함.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을 배부르고 행복하게 먹이는 것, 가족의 평화, 건강, 풍요함을 끌어내는 것(이때의 가족은 모든 종류의 생명을 포용하는 큰 가족 개념을 의미), 아름다운 삶의 환경을 만드는 일 등.
2. 살림이스트는 마술사, 혁명가, 여신처럼 모든 것을 만짐. 그녀가 만지면 모든 것이 웃고, 자라고, 태어나면서 생생하고, 색깔 있고, 살아나게 됨. 그녀는 채식주의 음식을 즐겨 만듦(그러나 아주 가끔, 그녀가 화가 매우 많이 나면 못된 놈들을 큰 솥에 넣고 끓이기도 함). 그녀는 운동의 전략이나 근본적인 사회 변혁의 비전을 요리해내는 것도 즐김. 그녀는 라틴 아메리카의 에코페미니스트 ‘콘스파라다’들 처럼 함께 머리를 회전시켜서 중요한 것을 짜냄. 그녀는 어떤 조건하에서도 살아남음! 그녀는 깔깔대는 아이들을 씻기는 것, 더러운 늙은 남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정치•경제 제도와 오염된 강을 청소하는 것이 취미. 어떤 살림이스트들은 더러운 늙은 남자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가부장적 자본주의’라고 부름. 그녀는 포용하는 자, 끌어안는 자임. 그녀는 ‘다름’들이 신나는 것이며, 우리의 면역 체계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믿음. 다른 종의 식물들과 나무들은 숲을 강하게 만들고, 다른 민족들은 만나서 아주 예쁜 아이들을 만들고, 다른 색깔의 실들은 무지갯빛 색동을 만든다고 믿음. 그녀는 모든 것을 다 포용함. 남녀노소, 빈부귀천, 학력, 성한 몸, 장애인, 성적 취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을 그녀의 잔치에, 예배에, 부정의에 대항해서 싸우는 데모 등에 그들의 의도가 좋다면 다 참석시킴. 그러나 그녀는 ‘칼리’ 여신처럼 무서운 포용주의자임. 그녀는 만약 못된 의도와 악한 마음들을 보면 정의의 칼로 그 목들을 잘라 그녀의 목걸이로 만들어버림. 그녀는 강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머니들처럼 “여자를 쳤어? 바위를 친 줄 알아” 하며 부정의를 향해 포효함. 그러나 결국 그녀는 모든 것을 끌어안음. 선과 악, 빛과 그림자, 더러움과 깨끗함, 기쁨과 슬픔, 고통과 해방, 분노와 자비 등. 그것들이 다 그녀의 영혼에, 명상에 시에 좋은 밑거름들이 되기 때문이라고 함. 그녀는 특히 인도의 칩코 운동을 일으킨 여자들처럼 너무 끌어안기를 좋아함. 도끼를 든 나무꾼들에게 “저를 죽이고 나무를 죽이세요” 하고 윙크하면서.
3. 살림이스트는 모든 것을 재활용함. 종이, 우유팩, 병, 정치가, 지도자 들, 옛 애인, 전 남편, 고대의 신들, 그리고 삶 자체를. 혁명적 변화가 빨리 오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좌절하면 그녀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그들을 격려함. “긴장 푸세요. 백만 번도 더 이 삶으로 돌아오면서 그 이상을 이루면 되니까요.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엔 춤춥시다”하면서.
4. 살림이스트는 ‘산처럼 생각하는’ 평화주의자임. 한국에 있는 살림이스트들 중 어떤 사람들은 혼인을 했는데 그 남편들은 그녀를 ‘안해-아내’라고 부름. ‘햇볕 정책’*으로 그녀는 가는 곳마다 갈등을 비폭력적으로 풀어 평화와 화해, 그리고 조화를 만들어냄(상상력이 풍부한 한 언어학자는 한국어의 살림, 히브리어의 살롬[평화], 아랍어의 살람[평화]이 같은 어원에서 생긴 것이라는 이론을 내놓음. 인류는 모두 아프리카 대륙에서 출발했으므로 그럴 수도 있겠으나 아직 학문적 근거가 밝혀진 것은 아님).
*‘햇볕정책’은 남한 정부가 북한 정부를 행한 정책이기도 함. 이 정책은 50년이나 계속된 남북간의 증오, 의심, 폭력 등을 녹이는 데 조금은 기여했음. 남북한 지도자들은 2000년 6월에 50년의 분단을 넘어 극적 상봉을 했음. 남북한의 여성들은 만약 남북한의 국가원수가 모두 여성이었다면 이미 남북 통일을 이루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음.
5. 살림이스트는 여성, 자연, 지구, 여신 등을 사랑함(가끔씩 남신들, 예수, 붓다, 루미 같은 신적인 남자들을 사랑하기도 함). 그녀는 밥, 연꽃 등과 모든 여성적인 것, 페미니스트적인 것을 사랑함, 그리고 그녀는 새롭게 자라나고 있는 ‘살림꾼’ 남자들과 모든 흐르는 것을 사랑함. 눈물, 강물, 구름, 생명 에너지, 기, 샥티, 프라나, 루아, 그리고 그녀가 월경하며 흘리는 피 등. 그녀는 “삶은 유기체, 오르가니즘(아니면 오르가즘)이야. 증식시켜!” 하고 속삭임. 그녀는 봄처럼 오고, 오고, 오고, 또 돌아옴. 살림이스트는 그녀의 자궁과 우주의 자궁, 그리고 창조력을 축하함. 그리고 그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사랑함.
6. 만약 우머니스트와 페미니스트의 관계가 보라와 연보라의 관계라면 살림이스트는 짙은 녹색으로 나타남 그 색갈은 ‘어둠을 정면으로 뚫고 들어가 끌어안고 변화시키는En-darken-ment’ 색임. 그 짙은 녹색은 보라와 연보랏빛의 꽃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듦.
2018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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